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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00년 은행나무 / 초겨울 아침 용문산으로 간다
  글쓴이 : 박재곤     날짜 : 17-12-02 06:20     조회 : 3514     트랙백 주소

1,100년 은행나무 / 초겨울 아침
용문산으로 간다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용문사 / 1,100년이나 된 은행나무는 / 늘 소리를 낸다 //
조선 말기 고종 황제가 승하했을 때 / 큰 가지를 부러뜨리며 / 소리를 질렀다 //

8.15 해방이 찾아왔을 때 / 6.25 난리가 벌어졌을 때 / 4.19 혁명이 일어났을 때 /
5.16 쿠데타가 터졌을 때 용문사 은행나무는 / 어김없이 큰 소리를 내었다 //

나라에 큰 일이 일어날 때 / 소리를 지르는 용문사 은행나무 / 제 한 몸, 제 가족
밖에 모르는 / 인간보다 낫다 // 소시민보다 낫다 / 나라 걱정 없고 / 지역감정만
가득 찬 / 한국 사람보다 백 배 천 배 낫다 //

 꽃을 노래하고 나무를 노래하는 대구의 산꾼 박지극(朴志克) 시인의 시집
‘오리나무처럼 튼튼한 목소리로’ 속에 실려 있는 은행나무를 노래한 네 편의 시 중
한 편인 용문산 용문사의 은행나무(2)다.

1,100살이나 된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30호)로 더 유명해진 용문산으로 간다.

꿈길 물길을 따라 달리던 차가 산길로 들어서고, 산길이 끝나는 산자락에 천년고찰
용문사가 있다.

그리고 그 절 앞에 천 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 넘은 은행나무가 턱 버티고 서있다.

천 년의 청년 용문산의 은행나무는 그 기나긴 세월을 잠시 접어둔 채 푸르디 푸른 청
년의 기상으로 백 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들에게 영겁(永劫)이 무엇인지를 생각케 해
준다.

은행나무는 꽃보다 잎이 더 아름다운 나무. 시인은 꽃보다 잎이 더 아름다운 은행나무
(3)를 이렇게도 노래했다.

꽃보다 잎이 더 아름답다 / 누구든 다들 / 한 가지는 다 아름답다 / 설혹 / 아무것도 결
코 아름답지 않는 이가 있다면 / 아름다움 남에게 모두 물려주었으니 / 그 또한 얼마나
아름다운가 //

산꾼인 시인은 식물분류학으로 이학박사 학위를 받은 학자이자 교육자이기도 하다.

꽃을 노래한 또 한 권의 시집 ‘동백나무 붉은 꽃은 시들지 않는다’도 함께 펴냈는데 두 권
의 시집 속 삽화는 딸이 그렸다.

두 권의 시집은 아버지가 쓰고 딸이 그린 ‘나무와 사람’ ‘꽃과 사람’인 것이다. 시인의 나무
사랑, 특히 은행나무 사랑은 은행나무(4)에서 잘 드러나 있다.

(전략)

사람 같은 나무 / 착하고 고운 사람 같은 나무 / 동네 어귀 / 노오랗게 물이 든 은행나무가 /
차분하게 서 있는 / 그런 마을에서 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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