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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오산(金烏山) / 冶隱 吉再 선생의 節義 採薇亭을 둘러 본다
  글쓴이 : 박재곤     날짜 : 17-10-12 05:25     조회 : 1294     트랙백 주소

금오산 / 야은(冶隱) 길재(吉再) 선생의 절의 채미정 채미정(採薇亭)을 둘러 본다

멀리서도 우뚝하다. 금오산에 대한 첫인상이다.
그 인상은 이 고장의 인물들과도 무관하지 않다.
먼저 채미정(採薇亭)에 든다.

채미, 굶어죽을 각오로 지킨 절의가 아닌가.
수양산에 들어가 고사리를 캐먹다가 끝내 굶어죽은 백이와 숙제의 고사를 상기시킨다.

채미정은 야은(冶隱) 길재(吉再) 선생을 기리기 위해 지은 정자다.
명승 제52호다. 정문인 흥기문(興起門)을 들어선다.
수백 년 된 거목의 팽나무는 선생의 풍모요, 우뚝한 금오산은 드높은 절의다.
절의는 옳음이다.

그 옳음을 끝까지 지키는 이가 얼마나 되는가.
지키면 저리 높고, 높아서 숭앙된다. 경모각에는 숙종의 어필오언구가 걸려 있다.
높은 산을 흘러온 청류가 선생의 회고가(懷古歌)를 낭랑히 읊조리며 세상에 길이
전해주고 있다.
 
금오산(金烏山)은 우리나라 최초의 도립공원이다.
산세의 규모가 컸더라면 국립공원이 될 만한 산이다.
해발 높이는 976m, 정상 현월봉까지는 3.3km다.
금오산 산명의 유래는 아도 스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도는 삼국유사에 의하면 고구려에 불교를 전파한 스님이다.
그 스님이 태양 속에 산다는 황금빛 까마귀 금오(金烏)가 저녁노을 속에
비상하는 모습을 보고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금오는 태양의 이명이며, 삼족오(三足烏)라 부르는 신화 속의 새다.

금오산은 여수, 경주, 하동에도 있다.
구미의 금오산 말고는 한자 ‘오’ 는 모두 자라 ‘오(鰲)’ 자다.
무학대사가 이 산에서 왕기를 보았다고 한다.
우연일까. 현대사가 말해 주고 있으니 금오산은 이곳 사람들에게는
태양의 정기를 받은 특별한 산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고달영   17-10-12 08:20
최초 도립공원이 금오산이군요!
흡사 진안 마이산 탑사와 비슷한 형세를
갖고 있네요!

우뚝솓은 바위산밑에 편안하게 자리잡은 채미정은
하루아래 굽어보는 신선들의 삶의 놀이터인것 처럼 보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금오산 추억이 있습니다.
다름아니라 지금은 작고하신 저의 바로 위형이

구미 전자공단에 당시 한국전기음향이란 회사에 영업이사로
근무하신 적이 있다. 당시 고석영대표이사(고건총리 사촌형/고대 경영학과 졸)께서

집안 아저씨로 성공한 사업가이셨고, 내 고향 임피에서 많은 집안 조카들을 채용해
고용창출을 위해 많이 헌신하셨고 이바지 하신 휼륭한 분이셨다.

그래서 그런지 덕분에 가끔 군대시절 휴가차 집에 오면 형을 만나 낙동강 포구에서
쏘가리 매운탕에 쏘주 한 잔에 시름을 달레며  많은 고향친구들과 함께 보냈 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당시 구미전자공단에 여공들이 어마어마하게 있어 나는 늘 괜시리 행복감에 젖었 던
터라 저녁무렵 퇴근하고 나면 동네 형 및 친구들이 여공들과 미팅을 하며
즐건시간을 보냈 던 그런 곳이기도 합니다.

고 대표님 왈 '자네도 군대 제대하면 나한테 와서 근무해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만
짧은 생각인지 여기와서 살다보면 난 여인들 등살에 도저히 못 살겠다는 멍청한 생각도
했었지요.(바 보)

구미형수는 나에겐 무척 애교있고 다정다감했 던 분이다.
지금은 부동산으로  성공해 멋진 삶을 영위하고 있다.

다음 날은 어김없이 금오산으로 여행을 갖 던 그러 아련한 추억이
내 마음을 사로 잡 곤합니다.

참으로 오랜 시간만에 금오산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셨군요,
감사합니다. 글구 고맙습니다.
박재곤   17-10-12 13:32
금오동학(金烏洞壑) 암각서를 지난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박에 붓을 크게 휘둘러 썼다.
초서의 대형 필체가 활달한 기운을 준다. 글자마다 만학동천이다.
안내문에 초성(草聖)이라고 일컬어졌던 고산(孤山) 황기로(黃耆老)의 글씨라고 적혀 있다.
 
해운사로 간다. 케이블카가 심심찮게 오르내린다.
문명의 길은 직선을 고집하고 자연의 길은 곡선을 지키려 한다.
사람들은 에둘러 돌아가는 길을 탓하기도 하나 시냇물은 투덜거리는 대신
즐거이 노래하며 흐른다.
더불어 연둣빛 버들도 낭창한 가지를 흔들며 기쁘게 춤추고,
꽃들도 한껏 부풀어 얼굴까지 발갛게 상기되었다.
 
대혜문을 지난다. 수양벚나무가 연방 꽃을 내려놓고 있다.
떨어진 꽃들이 땅바닥을 덮을수록 가슴 한복판이 허전할 것도 같은데,
나무는 서운한 기색이 없다.

대혜문은 그럴수록 탄탄한 성곽의 팔을 펼쳐 나무들을 그느르고 있다.
 
해운사 마당에 선다.
칼다봉을 중심으로 펼쳐진 능선 아래로 급박하게 내지른 절벽들이 절을 에워싸고 있다.
그 중간쯤 길 없는 곳에 도선굴이 보인다.
곧장 굴로 향한다. 길은 벼랑이다.
이런 길로 가는 도선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깨치지 못하면 깨지고 마는 절박하고도 비장한 그 발길을 생각한다.
우리는 구도자가 아니어도 때로 외통수에 걸려 무언가를 걸어야 할 때가 있다.
무엇을 걸 것인가.
그 무엇을 우리는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굴의 내부는 생각보다 넓다. 큰 반달 모양의 굴은 고요하다.

갇히는 곳이 아니라 나아가고 열어 새로운 세계를 보는 그런 적적(寂寂)의 공간이다.
눈을 감고 앉아 있어 보니 알겠다.
도선굴은 하나의 눈이다.
밖으로 노출되기보다는 항상 무명의 심처에서 빛의 세계를 탐조하는 눈이다.
주체로서보다는 객체가 되어 사물과 세상을 있는 그대로 꿰뚫어보기 위한 심안이다.

도선은 돌아설 수 없는 절벽의 그 길을 스스로 선택했던 것이다.
켜놓은 촛불들은 미세한 숨결로 떨며 빛을 발하고,
어디선가 떨어지는 물방울소리가 하늘에 또 다른 구멍을 내고 있는 중이다.

반질반질한 협로를 따라 도선굴을 나선다. 곧 대혜폭포다.
대혜담을 지나온 성성한 물줄기는 금오산을 울리고,
밤 새 별을 씻긴 물소리가 나무들의 가지마다 신록으로 움튼다.

월간 山 2016.05 [산사와 명풍경 구미 금오산 약사암 글 사진 이종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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